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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담(前生譚) <20> 손녀(孫女)를 살해(殺害)한 노파(老婆)의 전생
전생담(前生譚) <20>
 

TV에서 방영(放映)된
한 미스테리한 사건(事件)을 다룬
범죄(犯罪) 다큐멘터리에서
 
한 여인(女人)이
실종(失踪)된 자신(自身)의
어린 딸을 찾아달라고
시골 마을의 관할(管轄) 지서(支署)로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始作)되는데......
 
아이를 맡겨둔 친(親)할머니가
아이가 놀러나가 안 들어 왔다고 했다가
혼자 키우기 힘들어
고아원(孤兒院)에 줘버렸다는 둥
횡설수설(橫說竪說) 계속 말을 바꾸었다.
 
 
수사(搜査)가 시작되고
밝혀진 무서운 진실(眞實)......
 
남편이 병(病)으로 먼저 죽고
며느리가 살기 위해
대도시(大都市)로 돈 벌러 나가며
잠시(暫時) 맡겨둔,
 
자신(自身)의
죽은 친(親) 아들의 딸인
서너 살 된 어린 친손녀(親孫女)를
학대(虐待)하고
 
3개월 만에
고의(故意)로 목 졸라 살해(殺害) 하고
 
그 시체(屍體)조차
거적에 둘둘 말아 동네 연못에 버린
엽기적(獵奇的)이기조차 한
잔혹(殘酷)하고 끔찍한 범죄(犯罪)임에도
 
3년 감옥(監獄)이라는
가벼운 벌(罰)을 받고 풀려나

아무렇지도 않게 살던 동네에서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듯
후안무치(厚顔無恥)하게 살아가는
노파(老婆)와 그 노파(老婆)가 두려워
쉬쉬하며 감싸려 드는
동네 주민들의 이상스런 태도(態度),
 
자신(自身)의 딸을
목 졸라 살해(殺害)한 시어머니에게,
딸의 친(親) 할머니이기도 한
노파(老婆)에게
원망(怨望)의 말 한마디조차 못하고
 
자신(自身)이 일하던 대도시(大都市)로
울며불며 도망치듯 가 버린 며느리......
 
 
살해(殺害)된 지
수 년(數年)이 지난 후(後)

연못을 지나던 동네 주민(住民)들에게
자주 나타난 어린 영가(靈駕)
 
그 한(恨) 맺힌
아이의 울음소리로 인(因)해서
 
미아(迷兒) 처리(處理)되어
종결(終結)되었던 사건(事件)임에도
아이의 행방(行方)을 찾아
재수사(再搜査)하기 시작했고
사건(事件)의 전모(全貌)가 밝혀졌다.
 
 
천벌(天罰)을 받아 마땅한
사악(邪惡)한 죄질(罪質)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당(堂堂)하다 못해 뻔뻔하게
수(壽)를 다하며 살아가는
악(惡)한 노파(老婆)를 보며
 
왜??
인과응보(因果應報)가 없는가?
법신불(法身佛) 하느님의
공의(公義)가 없는가?
 
의문(疑問)을 품을 수 있기에
여기 그 전생(前生)의 얽힘과 원리(原理)를
풀어본다.
 
 
아뢰야식(阿賴耶識 skt. Alaya-vijnana)에
깊이 각인(刻印)되어 저장(貯藏)된
업(業), 업인(業因), 종자(種子)는
 
이생(此生)에서 화보(華報)가 되어
꽃피어나기도 하여
보람찬 삶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악과(惡果)가 되어 업장(業障)으로
고통(苦痛) 속에 내던져진 듯
비참(悲慘)한 삶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숙식(異熟識)의 원리(原理)를
모르기에 품는 의문(疑問)들이다.
 
이숙식(異熟識)은
‘다르게 익는다’는 뜻으로
전생(前生)에서
자기(自己)가 행(行)한 업보(業報)를
이생(此生)에서 그대로 받지 않고
다르게 드러나
과보(果報)로 받는다는 뜻이다.
 
‘해탈일기(解脫日記) <76>’에
자세(仔細)히 그 원리(原理)를 풀어놓았다.
참고(參考)하길......
 
 
<1>
 
1893년 중국(中國)
청(淸)나라 산시성(山西城)의 벽촌(僻村)
한 시골 마을
 
서른을 훌쩍 넘긴 장 마오지엔(張矛劍)은
노모(老母)와 함께 화전(火田)을 일구며
틈틈이 나무를 해다 장터에 내다 팔아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서른여섯이 되어서야 매파(媒婆)에게
신부(新婦)감을 부탁해 사올 수 있었다.
 
열다섯의 어린 소녀 ‘샤오화(小花)’였다.
 
궁벽(窮僻)한 시골에서 자란
줄줄이 여섯 명의 어린 동생들이 딸린
가난한 집안의 맏딸이었다.
 
노름판에 빠져 사는 아버지를 대신(代身)해
어머니와 황무지(荒蕪地) 화전(火田)을 일구어
감자와 옥수수를 심어
겨우겨우 연명(延命)해 나갔다.
 
 
아버지 리 쑤한(李樹漢)은
주막(酒幕) 한구석 방에서 열리는 투전판에서
나무 팔아 손에 쥔 몇 푼 안 되는
돈을 모조리 날린 후(後)
 
홧김에 외상술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노라니
주모(酒母)와 신부(新婦)감을 구(求)하러 온
매파(媒婆)의 대화(對話)를 엿듣게 되었고
 
신부(新婦)의 몸값으로 제시(提示)된 돈이
제법 나가는 것을 듣고는
꿀꺽하고 목젖으로 넘어가는
마른 군침을 삼킨다.
 
자신의 장녀(長女)인
‘샤오화(小花)’를 떠올렸다.
 
밭일과 집안일, 동생 돌보기까지
꽤나 한몫을 하긴 하지만
고 밑으로 열세 살
‘샤오란(小蘭)’이 있으니
언니의 일을 맡아하면 될 것이었다.
 
그는 비열(鄙劣)한 미소(微笑)를 지으며
매파(媒婆)를 불러 세웠다.
 
 
<2>
 
‘샤오화(小花)’는
울며불며 매달리는 어린 동생들과
통곡(痛哭)하는 어머니를 뒤로하고
장작을 휘두르며 욕설(辱說)을 해대는
사나운 아버지의 폭력(暴力)에 내몰려
그렇게 매파(媒婆)를 따라 나섰다.
 
먼지 풀풀 날리는 황토(黃土) 길을
울며불며 꼬박 하룻길을 타박타박 걸어
저녁 어스름이 되어서야
주막(酒幕)에 도착(到着)했다.
 
매파(媒婆)가 시켜준 국수를
정신없이 먹고는
옆에서 만두를 먹고 있는 사람을 구경했다.
 
매파(媒婆)는 주모(酒母)에게
만두를 갖다 달라고 하여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다란 만두 하나를 내밀었다.
 
막내 동생 머리통만한 크기의
만두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시 동생들의 얼굴이 스쳐 지났지만
동생들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한입 씩 한입 씩 만두를 떼어
자신(自身)의 입에 넣고 있었다.
 
동생들의 입에 하나하나 넣어주듯......
 
처음 먹어보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만두의 향(香)과 폭신폭신한 식감은
잠시 동생들과 낯선 곳으로 팔려가는
자신(自身)의 두려운 처지(處地)를 잊게 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자
하루 종일 울며불며 산길을 걸어 온 터라
피곤(疲困)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작은 옷 보따리에 의지(依支)해 졸고 있는
‘샤오화(小花)’를 깨워
주막(酒幕)의 작은 방으로 들어온
매파(媒婆)가
한켠에 개켜놓은 이불을 펴주며 말했다.
 
“이제 날도 저물었으니
오늘 밤은 이 주막(酒幕)에서 자고
신랑(新郞)이 너를 데리러 오기로 했으니
내일 가자꾸나.”
 
‘샤오화(小花)’는
졸린 눈을 억지로 뜨고
매파(媒婆)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려 했지만
걸걸한 매파(媒婆)의 목소리가
아련히 멀어지는 것을 들으며
이내 깊은 잠에 떨어졌다.
 
 
<3>
 
누군가가 거칠게
자신(自身)의 어깨를 잡아 흔드는 바람에
‘샤오화(小花)’는 화들짝 놀라며 깨어났다.
 
오랫동안 아버지의 폭력(暴力)에 시달려온
슬픈 버릇 같은 것이다.
 
밤새 투전판에서
돈을 잃고 들어와서는
자고 있는 아이들을 냅다 걷어차고
 
빨리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은
머리채를 잡아 질질 끌고 가
마당에다 내동댕이를 쳤다.
 
그의 거친 발자국 소리에
먼저 잠이 깬 어머니는
소스라치게 놀래며
얼른 부엌으로 몸을 숨겼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어머니인 자기(自己) 대신(代身)
무차별적(無差別的)인
폭력(暴力)에 노출(露出)된 채
무자비(無慈悲)하게 맞고 있었지만
에미는 말리러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숨어 있었다.
 
지금 나간다면 눈이 뒤집힌
포악(暴惡)한 성정(性情)의 남편(男便)이
장작개비든, 낫이든,
손에 닿는 대로 집어 들고는
죽일 듯 덤벼들게 뻔하기 때문이다.
 
 
‘샤오화(小花)’는
반사적(反射的)으로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두 팔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이어질 주먹질과 발길질로
미리 잔뜩 겁(怯)을 먹고는......
 
거칠고 투박한 손이
머리를 감싸 쥔 두 팔을 강제로 풀었다.
 
더 이상의 폭력(暴力)은 없었다.
 
“샤오화(小花)라 했지?
나가 니 신랑(新郞)이다.
얼렁 날 따라 나서라.
이제 집으로 가야 헐테니까”
 
고향 말보다 거친 사투리를 쓰는
얼굴이 시커멓고 눈꼬리가 찢어진
덩치 큰 사내가
샤오화(小花)를 일으켜 세웠고
성큼성큼 앞장을 섰다.
 
샤오화(小花)는 종종걸음으로
사내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따라갔다.
 
처음 오는 낯선 곳이었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생면부지(生面不知)의 땅이기 때문이었다.
 
 
동네를 지나
한참을 산길을 따라 올라간
외진 곳에 그의 집이 있었다.
 
그를 따라 들어선
누추(陋醜)한 방(房)에는
말린 옥수수 알을 따고 있던 노모(老母)가
잠시 일손을 멈추고 쉬느라 누워있다
샤오화(小花)를 보기 위해 일어나 앉았다.
 
인사를 올리고 나자
그는 부엌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작은 방(房)으로 샤오화(小花)를 데려갔다.
 
“여기가 인쟈 이녁이 나랑 쓸
신방(新房)이여,
내가 새로 흙을 이겨 만든 것이여,
전에는 어머니랑 한방을 썼구만.
 
방도 하나뿐이지만 장작도 아껴야 허니까,
장작은 장에 내다 팔아야 혀.
 
그래야 가끔 보리쌀이라도 구경허니까
허구헌날 감자와 옥수수만 먹다가 말이여.
 
오느라 피곤헐테니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 보드라구.
 
머리맡에 감자랑 옥수수 삶아놨으니
배고프면 먹어둬.”
 
이내 코를 곯고
대자(大字)로 뻗어 잠든 사내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를 피해 좁은 방 한켠에 몸을 뉘였다.
 
긴장(緊張)과 피로(疲勞) 속에
낯선 시집에서의 하룻밤이 그렇게
곤(困)하게 저물어 갔다.
 
 
<4>
 
쇳소리 섞인
카랑카랑한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찬 새벽 공기를 갈랐다.
 
“아가, 일어났냐?
해가 지붕 꼭대기에 걸렸구만,
얼렁 일어나라, 어여!
읍내 사는 당숙(堂叔)이 오시기로 했구먼,
니들 혼례 치뤄주러 오기로 혔으니
어여 준비혀라.”
 
샤오화(小花)는
마치 찬물을 뒤집어 쓴 듯 흠칫 놀라며
발딱 일어나 앉았다.
 
“자, 이건 야가 지 각시 준다구
나뭇단깨나 지어 날라 장만한 옷이니
혼례복 택이다.
얼릉얼릉 갈아 입거라.”
 
시어머니가 던져준 옷 보따리를 풀자
분홍빛 저고리와 짙은 물빛 치마가
잘 개켜져 있었다.
 
난생 처음 입어보는 새 옷이었다.
항상 입어왔던 누더기가 아닌......
 
새 옷을 입어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이렇게 빛깔 고운 옷은
구경조차 하지 못했었다.
 
 
새 옷을 차려입은
샤오화(小花)의 자태(姿態)는
갓 피어난 들꽃처럼 예뻤다.
 
옷이 날개라더니......
 
 
당숙(堂叔)이
손자(孫子)와 함께 도착(到着)했다.
 
손자(孫子)는
계란(鷄卵)이 든 바구니를
노모(老母)에게 내밀었다.
 
마당 한가운데에
혼례상(婚禮床)이 차려졌고
게란 바구니가
감자와 옥수수들 한가운데 놓여졌다.
 
옥수수로 담근 술도
거친 질그릇 잔에 담겨져 놓여졌다.
 
조촐한 상차림이 끝나자
 
얼굴에 빨간 천을 가리고
들꽃으로 머리를 장식(粧飾)한
새 신부(新婦)와
싱글벙글 입이 귀에까지 걸린
노총각 신랑(新郞)이
빨간 천으로 만든 꽃이 달린 긴 천으로
서로의 몸을 엮은 채
혼례상(婚禮床) 앞에 나란히 섰고
 
당숙(堂叔)의 주례(主禮)로
간소(簡素)한 혼례절차(婚禮節次)가 끝났다.
 
갑작스레 돌풍(突風)이 불었고
바람에 신부(新婦)의 얼굴을 가렸던
빨간 천이 날아갔다.
 
당숙(堂叔)의 손자(孫子)인
장 민롱(張敏瓏)이 뛰어가
나뭇가지에 걸린 빨간 천을 가지고
헐레벌떡 달려와
새 신부(新婦)에게 건네주었다.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된
이들은 같은 또래의
소녀(少女)였고 소년(少年)이었다.
 
아주 짧은 순간(瞬間)이었지만
이들의 뺨에 홍조(紅潮)가 돌았고
눈이 마주친 순간(瞬間)
서로를 향(向)해 수줍게 웃고 있었다.
 
이상스레 가슴이 뛰었다.
 
혼례식(婚禮式)이 끝나고 돌아가는
당숙(堂叔)과 그의 손자(孫子)를 배웅하며
 
새 신부(新婦)가 된 소녀(少女)와
그 소녀(少女)의 혼례식(婚禮式)을 지켜본
소년(少年)의 가슴 속 한구석에
 
아련한 그리움과 아릿한 슬픔이
보랏빛 안개처럼 드리워졌다.
 
 
<5>
 
초야(初夜)의 첫날밤은
샤오화(小花)에겐
끔찍하고 고통(苦痛)스런 경험(經驗)이었다.
 
머리채를 잡혀
마당 한가운데로 내동댕이쳐진
어머니의 가슴에 올라타
거칠고 커다란 손으로
어머니의 얼굴을 무자비(無慈悲)하게 갈겨대던
아버지의 짐승 같던 숨소리와
어머니의 날카로운 비명(悲鳴) 소리가 겹쳐졌다.
 
남편(男便)은 아버지의 폭력(暴力)으로
주눅 든 그녀에게
아버지와 동일시(同一視)되는
새로운 공포(恐怖)로 각인(刻印)되어 진다.
 
 
새벽부터 시작(始作)되는
노동(勞動)의 강도(强度)는 견딜 만했지만
 
밤마다 되풀이 되는 남편(男便)의 강간(强姦)은
고통(苦痛)과 수치심(羞恥心)으로
그녀의 마음을 서서히 병(病)들게 했다.
 
매일(每日)처럼 심문(審問)을 하듯
임신(姙娠) 여부를 캐묻는 시어머니의
사나운 눈초리와 독설(毒舌)도 견디기 힘들었다.
 
“몸매도 비루먹은 강생이 맨크롬
배리배리 한 것이 어디 아들 자손(子孫)을
쑴뿍쑴뿍 낳아재낄 수 있겄어??
 
과부(寡婦) 시에미에
아들이라곤 저것 하나뿐인디
니가 우리 집안 대(代)를 끊으려 작정한겨?
애들 아부지며 조상(祖上)님을 내가 어찌 보라구?
 
낯짝만 반반한 것이
식량(食糧)만 축내는 식충(食蟲)이여!!
 
너 서방은
식충(食蟲)이도 맥여 살려야 허니
나무 한 짐이라도 더해 내다 팔아야 허니까
오늘부터 물지게는 너가 져 날라야 쓰것다.”
 
남편(男便)이 져 나르던 물지게 까지
가녀린 어깨에 짊어지고
한참을 걸어 내려가는 개울까지 가
물을 길어와야 하는 것도
샤오화(小花)의 몫이 되었다.
 
남편(男便)을 소름끼쳐 하며
피(避)하려고만 하는 샤오화(小花)에게
불만(不滿)을 품은 그는
 
‘어디 한번 당해보라’는 듯
잔인(殘忍)한 웃음을 흘렸다.
 
호되게 당하다 보면
자신(自身)에게 도움을 청(請)하며
애걸복걸(哀乞伏乞) 매달릴 것을
계산(計算)에 둔 채.......
 
 
이런 남편(男便)과 시어머니가 보이지 않는
개울가가 오히려 샤오화(小花)에겐
잠시 한숨을 돌리는 짧은 휴식 시간이었다.
 
시어머니의 눈총 속에
제대로 먹을 수조차 없어 남겨서
싸가지고 온
삶은 감자 한 알을 꺼내
개울물과 함께 천천히 먹는다.
 
개울가에는
어느새 흐드러지게 핀 풀꽃들 위로
하양 노랑, 범나비들이 짝을 지어
날아들고 있었다.

작고 고달픈 가녀린 어깨 위에
살짝 내려앉은 노랑나비 한 마리가
그녀를 미소(微笑) 짓게 한다.
 
풀꽃 몇 송이를 따
귓가에 살짝 꽂아본다.
상큼한 풀꽃 향기(香氣)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잠시 눈부신 햇살 속에서
나비랑 노닐다가

시어머니의
욕설(辱說)과 손찌검이 떠올라
화들짝 놀라며 얼른 허겁지겁
물지게의 물통에 물을 채우고
허둥지둥 발걸음을 옮겼다.
 
달리듯 너무 서두른 탓인지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고 말았다.
 
무릎이 깨져 피가 흘렀지만
쏟아진 물지게의 물을 보며
얕은 한숨을 지었다.
 
달려온 길을 내려가
다시 물을 길어 올려 예까지
다시 지고 와야 했다.
 
물지게를 지고
다시 개울가로 가려고 했지만
다친 무릎에서는 피가 흘렀고
통증(痛症)으로 다리를 절었다.
 
누군가가 부드럽게 물통을 잡았다.
 
놀라 돌아보니
당숙(堂叔)의 손자(孫子)인 장 민롱(張敏瓏)이
서 있는 것이었다.
 
그를 다시 만나자
가슴이 사정없이 쿵쾅쿵쾅 뛰었다.
 
“다쳤쟎아요.
피가 멈추질 않네, 기다려요.”
 
그는 그녀의 어깨에서
물지게를 조심스레 벗기고
나무 그늘 아래 앉히고는
 
주변의 풀들 속에서
약초(藥草) 몇 뿌리를 캐 돌로 짓이겨
손에 들고 왔다.
 
조심스레 무릎 주변에 묻은
작은 돌과 흙을 털어내고
무릎에 약초(藥草) 찧은 것을 붙여주었다.
 
잠시 후(後)
상처(傷處)의 통증(痛症)이 사라지고
흐르던 피도 멎었다.
 
샤오화(小花)가 목례(目禮)로
감사(感謝)함을 표(表)하고는
물을 다시 긷기 위해 물지게를 지려하자
 
장 민롱(張敏瓏)은
물지게를 자신(自身)이 대신(代身) 지었다.
 
“여기 앉아서 기다려요.
내가 길어다 줄테니까......”
 
그는
그녀의 대답(對答)을 기다릴 새도 없이
성큼성큼 물지게를 지고
개울가로 내려갔다.
 
키가 훌쩍 큰
그의 훤칠한 뒷모습을 바라다보며
두 뺨을 홍조(紅潮)로 물들였다.
 
무릎에 붙여준 약초(藥草)를 떼어내며
그의 따뜻한 손길을 느낀다.
 
 
<6>
 
샤오화(小花)를
처음 본 순간(瞬間)부터
열병(熱病)처럼 사랑에 빠져
그리워하던 장 민롱(張敏瓏)은
개울가로 물을 길으러 오는 그녀를
매일처럼 숨어서 지켜봐 왔고
 
그렇게 개울가에서
그들의 밀애(密愛)가 시작(始作)되었다.
 
온통 욕설(辱說)과 학대(虐待)로 얼룩진
샤오화(小花)의 전생(全生)을 통해
처음으로 느껴보는 행복(幸福)
 
사랑받음으로 사랑함으로 해서......
 
샤오화(小花)의
짧고 찬연(燦然)한 봄날이
화사(華奢)한 도화(桃花)꽃처럼
그렇게 곱디곱게 피어났다.
 
 
돌풍(突風)에 도화(桃花)꽃이
흐드러지게 날리던 어느 날
 
기다리고 있던
장 민롱(張敏瓏)을 보자
샤오화(小花)는 물지게를 내던진 채
그에게로 달려와 목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젠 어쩌면 좋지요?
난 당신의 아이를 가졌고
시어머니와 남편(男便)에게
내 임신(姙娠) 사실(事實)을 들켜버렸어요.
심해진 입덧 때문에......
 
그들은 이 아이가
자신(自身)들의 아이라 여겨 기뻐하지만
난 알아요, 알 수 있어요.
이 아인 분명(分明)코 당신을 쏙 빼닮은
우리 둘의 아이예요.
 
아이를 낳으면
그들이 바로 알아챌 거예요.
남편은 당신과 나를 죽이려 들 것이고
아기도 무사(無事)하지 못할 거예요.
 
아기는 살려야죠,
우리 사랑의 결실(結實)인데......”
 
장 민롱(張敏瓏)은
잠시 혼란(昏亂)에 휩싸여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정분(情分)을 나누었음에도
어찌 임신(姙娠)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일까?’
 
그들의 아직 어린 나이가 문제(問題)였을까?
 
“우리, 어디든 함께 도망가요”
 
샤오화(小花)의 당찬 목소리에
정신(精神)이 번쩍 들었다.
 
유복자(遺腹子)로 태어난 그를
애지중지(愛之重之) 키워 온 어머니가
눈에 밟혔다.
 
그에게 집안의 대(代)를 이을
유일(唯一)한 장손(長孫)으로
모든 걸 의지(依支)하고
 
엄(嚴)하면서도 반듯하게 키워온
아버지를 대신(代身)해온 할아버지가 받을
충격(衝擊)의 강도(强度)가
가늠이 되지 않을 지경(地境)이었다.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의 창백(蒼白)해진
고뇌(苦惱)에 찬 얼굴을 바라다보던
그녀가 침묵(沈?)을 깨고
절망적(絶望的)으로 소리쳤다.
 
“당신에겐 나와 아기는
안(眼) 중(中)에도 없다는 거지요?
당신의 가족(家族)이
더 소중(所重)하다는 거니까요,
 
아!! 무정(無情)한 사람!!......”
 
슬피 울며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
따라갈 엄두조차 낼 수가 없었다.
 
땅에 붙은 듯
한 발자국도 떼어 놓을 수가 없었다.
 
 
<7>
 
장 민롱(張敏瓏)은
매일처럼 개울가에서
물을 길으러 오는 샤오화(小花)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그녀의 모습은 다시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男便)이
다시 물지게를 지고
물을 길으러 오는 것이었다.
 
임신(姙娠)한 그녀를 위해
그들이 약간의 배려(配慮)를 하는 것 같아
잠시 마음이 놓였다.
 
 
스산한 바람이 부는
만추(晩秋)의 가을이 왔다.
 
장 민롱(張敏瓏)은
샤오화(小花)의 산달(産月)이
가까워 왔음을 알고 불안(不安)에 휩싸인다.
 
집 근처까지 가보았지만
들킬 새라 얼른 발걸음을 돌렸다.
 
 
어린 나이에 초산(初産)으로
심한 산통(産痛)에 시달리며
사흘 밤낮을 울부짖다
드디어 출산(出産)을 했다.
 
아기를 받아 안은 시어머니가
찬찬히 아기의 얼굴을 살펴보다
얼굴이 굳어버린다.
 
아기의 힘찬 울음소리를 듣고
남편(男便)이 더 기다리지 못하고
득달같이 달려 들어온다.
 
“엄니, 뭐여유? 아들이여??”
 
시어머니는
애써 침착한 어조(語調)로 대답했다.
 
“그래, 아들이다, 아들이여,
훤훤 대장부(大丈夫)다.
 
너보다 훨~ 잘 생겼다.
 
이제 너그 아부지랑 조상님 뵐
면목(面目)이 선 게야.”
 
“나도 좀 봐바유, 어디~보자!!”
 
시어머니 곁으로
바짝 다가선 남편(男便)은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 보다
시큰둥하게 한마디 내던졌다.
 
“뭐여? 이것이??
뭔 사내 자슥이~~
계집 분칠한 것 마냥 하얗다냐?
생긴 것도 그렇구마,
꼭 계집처럼 곱상하쟎여?
날 하나두 안 닮은 것 같구만!!”
 
시어머니가
그의 볼멘소리를 자르고 나선다.
 
“하이구, 야야!!
조상(祖上)님을 닮았응게 그러재??
아니 우리 장씨(張氏) 문(門) 중(中)
조상(祖上)님들이
죄다 너처럼 소도둑놈처럼 생겼간디??”
 
“엄니, 뭐여유?
나가 엄니 아들 아니여??”
 
조마조마 가슴 졸이며
그들 모자(母子)의 대화(對話)를 듣고 있던
샤오화(小花)는
겨우 안도(安堵)의 한숨을 내쉬었다.
 
 
샤오화(小花)의 일상(日常)이
아기로 인(因)해
조금은 편해진 듯싶더니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아기의 돌이 되어
말린 쑥을 넣어 만든 옥수수떡으로
돌상을 차려 막 먹으려 하는데
 
1년 만에
장 민롱(張敏瓏)이 나타났다.
 
할아버지가
돌 축하(祝賀) 선물로 보냈다며
바구니 가득 복숭아를 닮게 만든
커다란 돌떡을 담아 들고 왔다.
 
그가 아기를 축복(祝福)하는 말들을
다 전(傳)하고 나서
아기를 한 번 안아 봐도 되냐고
그들에게 허락(許諾)을 구(求)했다.
 
시어머니가
선물(膳物) 바구니를 받아들고
아기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조심스레 아기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는 사랑스럽다는 듯
아기의 볼에 자신의 볼을 갖다 대었다.
 
 
그 순간(瞬間)
갑작스런 무거운 침묵(沈?)이 흘렀다.
 
아기의 하얀 피부(皮膚)와
뚜렷한 이목구비(耳目口鼻)가
판박이처럼 그와 닮아 있었다.
 
핏기 없이 창백(蒼白)해지는
샤오화(小花)와 잠시 눈이 마주친 그는
그제서야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直感)한다.
 
그는 서둘러 예(禮)를 갖추고
총총(悤悤)이 돌아갔다.
 
 
<8>
 
장 민롱(張敏瓏)은
좌불안석(坐不安席)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알 수 없이 밀려드는 불안(不安)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
기괴(奇怪)한 공포심(恐怖心)으로
소름까지 돋았다.

밤새 뜬눈으로 밤을 지새다
흰 새벽 서둘러
자기 집에서 길을 나섰다.
 
새벽 산안개 속으로
어슴프레하게 샤오화(小花)네 집이
마치 신기루(蜃氣樓)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한발 한 발 다가가자
무언가 음산(陰散)한 기운이
그를 부르르 떨게 했다.
 
‘산(山) 속 공기(空氣)가 차서 일거야’ 라고
스스로를 위로(慰勞)하며 다가선다.
 
 
문(門) 앞에 서자
비릿한 피비린내 같은 것이 진동(振動)한다.
 
방문(房門)을 열자
방 한가운데는 장 마오지엔(張矛劍)이
가슴에 부엌칼이 꽂힌 채
피를 흘리며 널부러져 있었고
 
뒤주 한켠에는 머리를 부딪친 듯
샤오화(小花)의 시어머니가
앉은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온 머리와 얼굴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
 
장 민롱(張敏瓏)은
끔찍한 광경(光景)과 피비린내로
심하게 구토(嘔吐)를 했다.
 
 
그러다 불현듯 보이지 않는
샤오화(小花)와 아기가 생각나
마당으로 뛰쳐나왔다.
 
마당에도 없었고
방(房)을 뒤져봐도 없었다.
 
타는 듯이 목이 말랐다.
 
그 때 어디선가
가녀리게 떨리는 목소리가,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언젠가 개울가에서 그가
샤오화(小花)에게
불러주던 사랑의 노래였다.
 
그는 온몸의 촉각(觸覺)을 곤두세우고
노랫소리를 따라갔다.
 
부엌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아궁이에서는
탁탁 소리를 내며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고
아기를 꼭 껴안은 샤오화(小花)가
자장가 삼아 노래를 부르며
장작을 하나씩 아궁이에 밀어 넣고 있었다.
 
“샤오화(小花), 샤오화(小花)...”
 
그녀가 놀라지 않도록
부드러운 음성(音聲)으로 부르는
그의 목소리를 꿈결처럼 알아듣고
꿈꾸듯 고개를 돌렸다.
 
그 몰골은 처참(悽慘)했다.
 
얼마나
머리채를 잡혀 끌려 다녔는지
머리는 산발(散髮)한 귀신(鬼神) 같았고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온 얼굴엔 피멍이 들고
한 쪽 눈은 부어 뜨지도 못했다.
 
찢어지고 부은 입술과 코에서는
말라붙은 핏줄기가 선명(鮮明)했다.
 
반쯤 벗겨지고 찢어져 나간 옷 사이로
시커멓게 든 피멍이 온몸을 물들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어요,
남편(男便)이 우리 아기를 뺏아 죽이려 했어요.
 
당신의 목을 도끼로 베 온다고 했어요.
그리고 나서
아기도 난도(亂刀)질해 죽이겠다구요.
 
당신과 아기를 살려야 했어요.
남편(男便)을 막아야 했어요.
 
남편(男便)이 나를 때리기 시작했고
시어머니가 아기를 내게서 빼앗아 갔어요.
 
남편(男便)은 밤새 나를 때렸어요.
쉬지 않고 밤새......
 
아기를 재워 놓고 건너온 시어머니가
말려주기는커녕 아들을 부추겨
더 때리도록 했지요.
 
그렇게 한참을 구경만 하더군요.
마치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생겼다는 듯......
 
흰 새벽이 되어서야
때리다 지친 남편(男便)이
술에 만취(滿醉)해 잠이 들었고......
 
그로부터 우리 아기를 지키는 길은
그를 죽여 없애는 것밖에 없었어요.
 
술 취한 그를 죽이려고
있는 힘을 다해 목을 졸랐지만
그를 죽일 수는 없었어요.
 
그가 잠에서 깨어났고
그의 가슴을 타고 앉은 나를
발견(發見)했지요.
 
얼른 부엌으로 도망을 쳤어요.
이번엔 정말 그가 나를 때려
죽일 것 같았으니까요.
 
뒤이어 그가 부엌으로 따라 들어왔고
가장 실하고 큰 장작 하나를 손에 쥐고는
내게 다가왔지요.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던
내 머리채를 잡아 일으키는 순간(瞬間)

부엌으로 도망쳐 오며
꼭 쥐고 가슴에 품고 있던 부엌칼을
남편의 가슴에
있는 힘을 다해 꽂아 넣었어요.
 
갑작스런 반격(反擊)에 그는 어이없어 했고
중심(中心)을 잃고 쓰러졌어요.
 
그러나 그는 살아있었고
나는 미친 듯이 그의 몸에 올라타
가슴을 깊이 찌르기 시작했어요.
 
찌르고 또 찌르고......
그가 다시 살아나지 못하도록......
 
찌르는 동안 그가 나에게
매일 밤 했던 매질이 생생이 되살아났지요.
 
“죽어, 죽어, 죽어!! 죽어버리란 말이야.
어때 너도 아프지?
 
매일 밤 네놈이 지칠 때까지
때리는 대로 맞아야 하는
내 아픔을 네가 알기나 해?”
 
그녀는 허공(虛空)에 대고
칼로 찌르는 시늉을 해댔다.
 
장 민롱(張敏瓏)은
마치 자신의 가슴이 찔리는 듯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통증(痛症)과
절망적(絶望的)인 깊은 슬픔을 느끼며
그녀를 두 팔로 꼭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 때 시, 시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우리 아기를 빼앗아 가서
아기를 달라고 했는데 안주는 거예요.
 
아기를 빼앗으려 옥신각신 하다
뒤주에 머릴 부딪혀 죽고 말았어요.
 
이제는 누구도
우리 아기를 빼앗지도 해치지도 못해요.
 
자, 받아요, 우리 아기예요.”
 
반쯤 넋이 나간 듯......
 
샤오화(小花)가 지금껏 한 말이
모두 악몽(惡夢)을 꾸는 것만 같았다.
 
장 민롱(張敏瓏)은
혼자 계속 중얼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이건 악몽(惡夢)이야,
내가 지금 악몽(惡夢)을 꾸고 있는 게야.
잠에서 깨어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야.’
 
 
<9>
 
장 민롱(張敏瓏)은
그 날 이후(以後)
심한 열병(熱病)을 앓아누웠다.
 
보름 동안이나 의식(意識)을 찾지 못했다.
 
병후(病後) 회복(恢復)을 위해
정성(精誠)을 쏟는
어머니의 병간호(病看護)를 받으며
아무런 생각도 한동안 나지 않았다.
 
 
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찾아오자
약간 여위긴 했어도
그의 몸은 다시
젊음의 건강(健康)을 되찾았다.
 
오랜만에 정원(庭園)으로 나와
봄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걷다가
 
하인(下人) 둘이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휴식(休息)을 방해(妨害)하고 싶지 않아
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 기대앉았다.
 
그들의 대화(對話)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소문 들었나?
개울가에 출몰(出沒)한다는
젊은 어머니와 아기 귀신(鬼神) 말이여,
이제 흉가(凶家)가 된 저 산자락 끝
나무꾼 장씨(張氏)집 며느리라지?
 
작년 가을, 기억나나?
아주 무섭게 천둥번개가 치고
사납게 비가 쏟아지던 날 말이여,
 
개울물이 엄청 불어나
한동안 길이 끊겼었지......
 
그 개울에
아기랑 몸을 던져 죽었다쟎아?
 
한참이나 지나
냇가에서 빨래하던 아낙들이
아기를 꼭 껴안은
그 아낙의 시체(屍體)를 발견(發見)했구......
 
뭔 한(恨)이
그리 많았던지 썩지도 않았더래.”
 
“허긴, 그 젊디젊은 나이에
그 못된 장씨(張氏) 놈의 매질에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었으니......”
 
“헌데, 그 먼 친척(親戚) 되는
마을 어르신이 안 좋은 소식을 전하러
그 집에 찾아가 보니......
 
장씨(張氏)가 가슴에 칼이 꽂힌 채
피를 낭자(狼藉)하니 흘리고 죽어 있더라지?
그 어미도 머리가 깨져 죽어 있었대.
 
뭔 도깨비장난인지?
귀신(鬼神)이 해코지를 한 것인지?
이 동네 생기고 그런 흉흉(凶凶)한 일은
처음 보는구만......”
 
하인(下人)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들이
그에게 청천벽력(靑天霹靂)처럼
내리 꽂힌다.
 
그제서야
잃어버렸던 기억(記憶)들이
생생이 되살아나며
악몽(惡夢) 같던 순간(瞬間)이
주마등(走馬燈)처럼 뇌리(腦裏)를 스친다.
 
그는 한동안
봄 들꽃이 흐드러지게 핀 개울가에
미동(微動)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갑자기
악몽(惡夢)의 소름끼치는 기억(記憶)이 사라지고
 
아롱아롱 어른대는 아지랑이 속
봄 햇살 그득한 들판에서
 
샤오화(小花)가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노랑나비들을
이리저리 춤추듯 따라다니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머리에는 그가 따다준
앙증맞은 예쁜 들꽃을 꽂고 있었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따라 꽃 들판으로 달려가자
빈 들판에 홀로 서 있는 자신(自身)을
발견(發見)했다.
 
 
머무르고 싶은,
빛과 같은 고운 순간(瞬間)이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들꽃 몇 송이가 쥐어져 있었다.
 
그는 들판을 헤매며
색색의 고운 봄꽃들을 한 아름 따다
개울가에 앉아 꽃 화관(花冠)을 엮기 시작했다.
 
하나는 샤오화(小花)를 위해
작은 화관(花冠) 하나는 아기를 위해......
 
두 개의 크고 작은 화관(花冠)이
다 엮어지자
개울물에다 띄워놓았다.
 
햇살 받아 반짝이는 물결이
일렁이며 화관(花冠)을 춤추게 한다.
 
개울물 속에 화관(花冠)을 쓴
샤오화(小花)와 아기가
일렁일렁 춤추고 있었다.
 
그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자
하얀 물보라가 일며
그들을 어디론가 데려가 버린다.
 
하얀 물보라가
그의 눈물이 되어 무심(無心)히 흐른다.
 
 
<10>
 
첫 눈에 반하고 서로 사랑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을 했던
한 소녀(少女)와 소년(少年)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산(山) 속 개울물처럼
맑은 옥수(玉水) 같았던 짧은 사랑은
깊은 바다 속 어두운 심연(深淵)처럼
무겁게 끝이 났다.
 
 
 
아뢰야식(阿賴耶識 skt. Alaya-vijnana)에
깊이 각인(刻印)되어 저장(貯藏)된
이 슬프고 어두운 기억(記憶)은
 
이숙식(異熟識)으로
‘다르게 익는다’는 뜻으로
이생(此生)에서 다르게 드러나
과보(果報)로 받았다.
 
 
전생(前生)에서
샤오화(小花)가 죽였던
포악(暴惡)한 남편(男便)인
장 마오지엔(張矛劍)은
 
이생(此生)에서
어린 친손녀(親孫女)를 목 졸라 살해(殺害)한
바로 그 할머니로 환생(還生)하였다.
 
살인(殺人)을 하고도
너무도 뻔뻔한 할머니의
이해(理解)할 수 없는 태도(態度)는
아뢰야식(阿賴耶識 skt. Alaya-vijnana)에
입력(入力)되어 있던
장 마오지엔(張矛劍)의 기억(記憶)이다.
 
이생(此生)에 친(親) 할머니에 의해
목 졸려 살해(殺害)된 그 손녀(孫女)는
바로 샤오화(小花)인 것이다.
 
어린 딸을
시어머니에 맡겨둔 채
대도시(大都市)로 돈을 벌겠다며 나가
딸을 돌보지 않고 방치(放置)한 어머니는
바로 장 민롱(張敏瓏)의 환생(還生)이다.
 
전생(前生)에서
끔찍한 살인(殺人)을 저지른 샤오화(小花)를,
불륜(不倫)으로 낳은 아기를
감당(堪當)할 수 없었던,
 
심약(心弱)했던 장 민롱(張敏瓏)은
 
이생(此生)에서도
책임(責任)을 회피(回避)한다.
 
샤오화(小花)의 친(親) 어머니로
윤회(輪廻)했음에도......
 
 
마을 사람 모두가
손녀(孫女)를 살해(殺害)한 그 할머니를
쉬쉬하며 감싸고
두려워하는 이유(理由)는
 
전생(前生)에 남자(男子)였던
장 마오지엔(張矛劍)의
포악(暴惡)한 성정(性情)이,
살인(殺人)을 저지른 살기(殺氣)로
악력(惡力 evil Power)을 얻어
드러나기에 소름이 돋는 것이다.
 
살인(殺人)한 자(者)들은
살기 등등(殺氣騰騰)한
악력(惡力 evil Power)을 얻기 때문에
일반(一般) 사람들은 두려워하게 된다.
 
 
얽히고설킨 이들의 관계(關係)는
아뢰야식(阿賴耶識 skt. Alaya-vijnana)의
기억(記憶)으로 깊이 각인(刻印)되어
 
세세생생(世世生生) 죽고 죽이며
원수(怨讐)를 갚는 악순환(惡循環)을
되풀이 할 것이다.
 
이 질긴 무지(無知)의 사슬을
스스로 끊지 않는 한......
 
용서(容恕)와 사랑과 화해(和解)와
올바른 지견(知見)으로
무지(無知) 무명(無明 skt. Avidya)의 사슬을
끊어버릴 때

인간(人間)의 영혼(靈魂)은
점점(漸漸) 자유(自由)로워지며

마침내
윤회(輪廻 skt. Samsara)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
해탈(解脫 skt. Vimoksa), 대자유(大自由),
구원(救援 Salvation)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가족 관계(家族關係)에 얽힌 원한(怨恨)을
예수님(Jesus Christ)은
지적(指摘)하신다.
 
“사람의 원수(怨讐)는
자기 집안 식구(食口)가 되리라.”
 
마태 10장 36절
 
“A man's enemies will be
the members of his own household.”
 
Matthew 10 ; 36

출처:안나불 미니홈피 '전생법문(前生法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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